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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소중한글] 詩 나무와 새

풀꽃속삭임 2010. 12. 21. 09:29

 

 

 

 

나무와 새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  정 갑 숙

햇살 따사로운 봄날

새 한 마리 날아와 나무 위에 앉는다.

부러운 나무는 새를 보며 말한다.

"나도 너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."

나무의 마음을 안 새는 가슴의 비밀을 털어놓는다.


하늘 푸른 여름날

"우리처럼 하늘을 날고 싶으면 네가 가진 것 다 나눠주어야 해."

아무것도 지니지 않아야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새가 알려준다.


하늘 맑은 가을날

새의 말을 기억한 나무는 열매를 사람들에게 다 나눠준다.

그리고 빈 손을 펼쳐든다.


차거운 겨울날

가지에 앉아 놀아주던 새도 남쪽나라로 떠났다.

홀로 서 있는 나무는 입고 있던 옷들까지 다 벗어준다.

풀섶에서 떨고 있을 작은 벌레들을 위하여.

하늘은

가진 것을 다 주는 나무의 마음을 알고

하얀 솜이불을 펼쳐 나무를 덮어준다.

솜이불을 덮고 누운 나무는 이제 꿈을 꾼다.

한 마리 새가 되어 훨훨 날고 있다.

하늘 무지개다리를 건너서.